DNA와 유전
약 100년 전 과학자들은 염색채가 DNA와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았습니다. 이 시기에 DNA에만 특이적으로 결합하여 DNA 양에 비례해 세포의 핵을 붉은색으로 염색하는 염색약이 개발되었습니다. 이 염색기법은 DNA가 유전물질이라는 정황적 증거를 제공하였습니다. 그 증거는 DNA는 일정한 양으로 항상 정해진 위치에 존재하며 DNA는 종 사이에서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황적인 증거는 원인과 결과의 과학적인 입증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단백질도 세포의 핵 속에 존재합니다. 과학은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실험에 의존합니다. DNA가 유전물질이라는 확실한 증거는 각각 세균과 바이러스를 이용한 두 가지 실험에서 나왔습니다.
세균은 폐렴연쇄상구균을 사용하였습니다. 이 균은 S형과 R형이 존재하는데, S형 균주의 세포들은 매끈하게 보이는 콜로니를 생성합니다. 이는 다당류 피막에 싸여 있어서 숙주 면역계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습니다. 이에 S형 균주를 생쥐에 주입하면 증식하여 폐렴을 일으키는 병원성입니다. R형 균주는 거칠게 보이는 콜로니를 형성하며 보호용 피막이 없으므로 비병원성입니다.
이 균을 사용하여 영국의 의사인 그리피스가 한 실험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는 가열해 죽인 S형 폐렴연쇄상구균 균주를 생쥐에 주입하였고, 가열해 죽인 세균은 감염을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가 가열해 죽인 S형 세균과 살아있는 R형 세균을 혼합해서 다른 생쥐에 주입했을 때, 놀랍게도 생쥐는 폐렴으로 죽었습니다. 그는 죽은 생쥐의 혈액을 조사했더니, 병원성 S형 균주의 특징을 가진 살아 있는 세균들이 가득 차 있음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리피스는 죽은 S형 폐렴연쇄상구균이 있을 때 살아 있는 R형 세포들의 일부가 병원성 S형 균으로 형질전환되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들 세균을 생쥐 체내에서 생장하고 증식해 폐렴을 일으켰습니다. 이 S형 균이 증식한다는 사실은 R형에서 S형으로의 변화가 유전적임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죽은 S형 폐렴연쇄상구균에서 나온 어떤 물질이 살아 있는 균의 형질전환을 일으킨 것일까?라는 의문을 가진 에이버리와 그의 동료들은 한 실험을 통해 세균의 형질전환을 일으키는 물질을 확인하였습니다.
실험 방법은 먼저, 병원성 S형 세균을 가열하여 죽인 후 균질화하여 여과합니다. 이 여과액을 3군데로 분지 후 각각 시료에 RNA, 단백질 또는 DNA를 파괴하는 효소로 처리하였습니다. 이 처리된 시료들을 R형 균주의 배양에 첨가합니다. 그 결과 RNA 분해효소나 단백질 분해효소로 처리하고 배양했을 때 S형 균이 존재하였습니다. 그러나 DNA 분해효소로 처리했을 때는 S형 균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즉, 오직 DNA 분해효소만이 형질전환 물질을 파괴하기 때문에 형질전환 물질은 DNA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세균의 형질전환 실험에도 불구하고, 많은 과학자들은 DNA가 유전물질임을 잘 납득하지 못하였습니다. 한 가지 이유는, 단지 4종류의 뉴클레오타이드로 이루어진 DNA는 너무 단순한 물질이라서 생명의 모든 기능과 다양성을 지시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20가지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화학적 및 구조적 다양성을 가진 단백질이 유전물질로서 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바이러스를 이용한 실험은 DNA와 단백질 중 어느 것이 유전물질인지 밝히고자 계획되었습니다.
뉴욕 콜드스프링하버 연구소의 허시와 체이스는 대장균을 감염시키는 T2 박테리오파지를 가지고 연구하였습니다. 이 바이러스는 단백질 껍질과 그 내부의 DNA로 구성됩니다. T2파지가 세균에 침입할 때, 바이러스의 일부만 세균 속에 들어갑니다. 약 20분이 지나면 세포가 터지면서 감염된 바이러스와 거의 동일한 수십 개의 바이러스 입자가 방출됩니다. 바이러스는 숙주 세균의 분자 합성 기계를 탈취해, 이를 바이러스 복제 기계로 전환시킬 수 있습니다. 허시와 체이스는 바이러스의 단백질 혹은 DNA 중 어느 부분이 세균에 들어가는지를 확인하고자 하였습니다. 이 두 가지 구성요소를 전 생활사에 걸쳐 추적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각 구성요소를 특정 동위원소로 표지하였습니다. DNA는 방사성동위원소 인으로 표지하였고, 단백질은 방사성동위원소 황으로 표지하였습니다. 표지 후, 한 실험은 방사성 동위원소 인으로 표지한 박테리오파지를 세균에 감염시켰고, 다른 실험은 방사성동위원소 황으로 표지한 박테리오파지를 세균에 감염시켰습니다. 몇 분 후, 그들은 감염시킨 세균을 주방용 혼합기로 강하게 진탕시켜 세균에 침투하지 못한 나머지 바이러스를 털어내었습니다. 그다음에 그들은 원심분리기로 세균과 나머지 물질을 분리하였습니다. 실험 결과 대부분의 방사성동위원소 황은 상층액에 있는 반면에 방사성동위원소 인은 세균과 함께 있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결과로 세균에 전달되는 것은 DNA이고, DNA가 세균의 유전 프로그램을 재조정하는 물질이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형질전환과 바이러스 감염 실험을 통해 생물학자들은 DNA가 유전물질임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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